나의 유년 시절부터의 경험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개인적 경험이 "죽음"과 "디자인"이라는 두 단어를 내 삶에 깊이 각인시켰었다. 그 이후, 나는 도시 속에서 존재와 부재 그리고 기억과 추억의 경계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품게 되었다. 내가 태어난 그 곳에서 도시와 죽음의 관계를 논할 때마다, 대화는 언제나 개인적 상실과 추모의 영역으로 흘러갔다. 죽음은 '지나치게 사적인 경험' 또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다뤄졌고, 이를 도시라는 객관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올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2014년 11월 25일, 나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죽음"과 "디자인"이라는 두 키워드를 들고 뉴욕으로 향했다. 낯선 땅에서 시작된 여정은 열 번의 계절이 지나며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도시의 건설"이라는 단순하지만 혁명적인, 지금껏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미래 도시의 청사진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뉴욕에서의 10년이 지난 그 시점에서 누구도 모르게 나는 'Sim Eternal City' - 마음 '心'과 'Storytelling in Motion'의 만남. 이것은 단순한 도시 계획이 아닌, 삶과 죽음이 하나의 연속체로 존재하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선언하였고 그 길로 앞으로 20년을 더 갈 것을 목표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 개념을 'Sim Eternal City'라 명명했으며, 한자 '心(마음 심)'과 'Storytelling in Motion'이라는 모빌리티 개념을 결합한 도시로 접근했다. 현실적 구현 방안을 모색하며 개념적으로 큰 진전을 이루었지만,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너무 생경하고 강력했기에, 여전히 뉴욕에서 그리고 다양한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의 관심이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이라는 본질적 의미보다는 죽음과 추모 등의 표면적 측면에만 여전히 집중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에 다시 "도시"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도시계획(Urban Planning)과 도시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짧은 식견이기는 하지만 도시는 인간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안을 살아가는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산업화 이후에는 컨벤셔널 시티(Conventional City)—전통적 근대·산업화 도시계획—가 등장했고, 우리는 이러한 도시 환경에 익숙해졌다. 이 모델은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에 발맞춰 중심 업무지구(CBD)와 주거·산업·상업 지대를 분명하게 구분했으며, 자동차 중심의 거대 도로망과 교외 확장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도시의 인구 수용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현재 우리는 컨벤셔널 시티가 남긴 다양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해안 메가시티들이 침수 위험에 직면했으며, 열섬·폭염·미세먼지와 같은 생존 위협이 일상이 되었다.
평균 수명 증가와 초고령 사회: 노후 돌봄과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했으나, 기존 도시는 '생산 연령 인구' 중심으로 설계되어 고령층의 이동성과 접근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
1인 가구 급증: 전통적 가족 단위의 공간 구성이 해체되면서, 주거·돌봄·장례 등 생애주기 서비스가 개인 단위로 재편되고 있다.
커뮤니티 해체: 장시간 통근과 도시 기능의 분절화로 지역 공동체가 약화되어, 도시민들은 '도시에 살면서도 도시를 경험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10분·15분 도시의 등장—그러나 여전히 미완
컨벤셔널 시티의 반작용으로 10분 도시는 "생존을 위한 초근접 모델"을, 15분 도시는 "여가·문화까지 품은 생활권 모델"을 제시했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소르본대학교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15분 도시를 2020년 재선 캠페인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모든 시민이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는 개념이다. 주요 변화로는 생활 인프라의 근거리 배치, 자동차 중심 공간의 보행자 친화 공간으로의 전환, 공공건물의 다목적 활용이 있다. 이 정책은 도시의 지속가능성, 기후 대응, 시민 평등,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전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도시정책의 본보기가 되었다.
그러나 기후 위기·고령화·1인 가구 확대와 같은 새로운 메가트렌드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으며, 단일 도시 내 솔루션에만 집중하여 도시 간 연결성, 물리적·가상적 이동,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적절히 다루지 못했다. 더욱이 두 모델은 가장 근본적인 측면인 '비일상'—죽음·기억·역사—을 도시 설계에서 제외했다.
Sim Eternal City: 15분이 아닌 18분의 패러다임 전환
나는 Sim Eternal City—18분 도시를 이야기한다. 15분 모델에 ‘단순히 3분을 더한 것’이 아니라, 도시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서사적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근본적 전환이다. 그리고 18분 도시를 기능적 인프라가 아닌 삶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서사적 공간으로 재정의한다.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를 설계의 기본 단위로 삼아, 산 자와 죽은 자가 같은 도시 결 속에서 교차하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재배치한다.
3분의 재배치: 기억·연결·역사의 시간
18분 모델에서 추가된 3분은 다음과 같이 배분된다.
기억의 시간(1분):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이 일상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순간.
연결의 시간(1분): 산 자와 죽은 자가 물리적·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공존을 체감하는 순간.
역사의 시간(1분): 개인사를 넘어 영속성과 전승을 되새기며 공동체적 여정을 경험하는 순간.
위에서 언급한 3분을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서사로 숨 쉬는 도시 - 출생부터 사망까지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여,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도시 결 속에서 교차하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재배치한다.
3분의 재배치—기억·연결·역사 - 기억의 시간 1분, 연결의 시간 1분, 역사의 시간 1분을 통해 공동체가 죽음과 기억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한다.
가상 생명의 나무와 기억의 광장 - 디지털 트윈·XR 기술로 과거·현재·미래의 서사를 기록·공유하는 집단 기억 장치를 도시 중심에 배치한다.
물리적인 추모 공간이 부족하고,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추모의 다양성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장례·추모 전용 모빌리티가 고인의 삶의 경로를 순례하며, 여정 중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의 개선으로 기억을 펼쳐 공동체적 추모를 이룬다.
초월적 연결성과 가상-물리 융합 - 도시 내부를 넘어 도시-자연, 도시-도시, 실제-가상을 하나로 연결하여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같은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결론—현재에 이미 와 있는 미래 도시, 다만,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컨벤셔널 시티가 산업화의 욕망을, 10분 도시는 생존을, 15분 도시는 삶의 여유를 위한 모델이었다면, Sim Eternal City—18분 도시는 ‘삶과 함께 그 너머의 의미’를 설계한다. 마지막 3분은 죽음과 기억, 살아 있으며 영원히 존재할 역사를 위해 재배치된다. Sim Eternal City—18분 도시는 ‘개인과 커뮤니티 그리고 도시 중심의 삶 너머의 의미’를 설계한다. 기후 위기와 초고령·1인 가구 시대에 대응하면서, 죽음과 기억·역사를 도시의 중심으로 되돌린다. 도시는 더 이상 산 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과거와 죽은 자의 유산이 숨 쉬고, 이동이 곧 기억이 되며,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 도시—그것이 Sim Eternal Cit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