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무심코 틀어놓은 TV 드라마 속에서 한 장면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헤어진 남자가 전 여자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흐느끼고 있었다. 그는 염치없게도 이별한 연인의 어깨 위에서 방금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에 관한 후회를 쏟아내고 있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어야 했는데... 더 많은 말을 나눴어야 했는데..."
그 순간, 나는 역설적으로 그의 아버지를 상상하게 되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죽음 이후에 남겨질 아들의 모습을 미리 알았다면, 어떤 준비를 했을까? 아들에게, 가족에게,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기억과 유산을 남기려 노력했을까?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남기는 기억,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가치는 계속해서 살아남아 사랑하는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우리의 진정한 과제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더 아름답고 따뜻한 기억을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남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순수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관점으로 살아가기 시작할 때, 우리의 남은 삶의 순간들이 더욱 의미 있고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죽음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삶 다음(Salm Daum) 캠페인'의 핵심이다.
인류는 수천 년간 죽음과 삶의 관계를 정의하며 의미를 찾아왔다. 고대 로마에서 태동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경구로, 인간의 필멸성을 상기시키며 삶의 유한함을 일깨웠다. 또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현재를 붙잡아라"는 호라티우스의 시구로,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함을 강조했다. 이 두 철학은 오랜 시간 웰다잉(Well-dying)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메멘토 모리는 죽음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카르페 디엠은 현재의 충실함을 강조하지만, 두 개념 모두 죽음을 '끝'으로 바라보는 한계를 지닌다. 죽음 이후의 세계, 내가 떠난 뒤에 남을 흔적과 이야기에 대한 적극적 성찰은 부족했다.
여기서 '삶 다음(Salm Daum) 캠페인'이 시작된다.

삶 다음 캠페인은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여정의 시작으로 재정의한다. 이는 단순히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유산을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남기는 적극적 행위다. 나의 가치와 이야기가 물리적 생명이 다한 후에도 세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철학적 태도이자 실천적 운동이다.
무엇보다, 삶 다음 캠페인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질 잠깐의 시간 동안 그들을 좀 더 편하게 하고 삶을 더 아름답게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삶 다음 캠페인을 우리의 삶에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가족에게 물려줄 이야기와 가치, 커뮤니티에 기여할 지혜와 경험, 사회에 남길 변화와 영향, 그리고 지구라는 별에 새길 환경적 족적까지 고려하며 우리의 유산을 설계한다. 죽음은 육체적 이별이지만, 우리의 유산과 사랑은 그 이별 너머로 흐르며 이 모든 차원에서 남겨진 이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준다.
우리가 남기는 유산은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물질적 유산을 넘어, 우리의 지식, 지혜, 관계 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 환경적 기여, 사회적 영향력까지 포함한다. 가족에게는 따뜻한 기억과 가치관을, 커뮤니티에는 연대와 소속감을, 사회에는 더 나은 변화를 위한 헌신을,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을 남길 수 있다. 현대 기술은 이러한 다층적 유산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전례 없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메멘토 모리가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삶 다음 캠페인은 죽음을 창조적 유산의 시작점으로 재해석한다. 카르페 디엠이 오늘에 집중하라고 했다면, 삶 다음 캠페인은 "오늘을 통해 영원을 설계하라"고 권한다.
이것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 양식이다. 우리는 매일 자문해야 한다: "내가 오늘 세상에 남기는 흔적은 무엇인가?" "내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계속될 것인가?" "내가 떠난 후에도 살아남을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사랑하는 이들, 내 가족, 내 커뮤니티, 사회, 그리고 지구에 어떤 선물을 남길 수 있을까?"
웰다잉의 시대에서 '삶 다음'의 시대로 나아가는 이 전환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길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을 포용하되, 그것을 넘어선 차원의 존재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삶 다음 캠페인은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영향력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음을 선언한다.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우리가 남긴 유산이 가족, 커뮤니티, 사회, 지구와 만나는 새로운 시작점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내 삶 이후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를 묻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삶 다음 캠페인의 핵심이며, 현대인이 죽음과 맺어야 할 새로운 관계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