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대부분 동안, 죽음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숨을 지켜보았고, 그들의 손으로 시신을 씻기고, 장례를 준비했다. 죽음은 공동체가 함께 경험하는, 삶의 자연스러운 측면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떤가? 죽음은 병원 복도 끝 격리된 공간으로 밀려났다. 장례는 전문가에게 아웃소싱되고, 묘지는 도시 경계 너머로 이동했다. 현대인에게 죽음은 멀리서 바라보는 추상적 개념이 되었다.
필립 아리에스가 『죽음 앞의 인간』에서 통찰했듯, 우리는 "금지된 죽음"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에서는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가정에서 임종을 맞이했지만, 오늘날 80%가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70% 이상의 사망이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며, 많은 개발도상국들도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필립 아리에스가 『죽음 앞의 인간』에서 통찰했듯, 우리는 "금지된 죽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죽음을 의학화했다. 자연스러운 생의 과정에서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사건으로 변모시켰다. 1851년 뉴욕에서는 맨해튼 묘지 신규 매장 금지법이 통과되어, 말 그대로 죽음의 공간을 도시 바깥으로 추방했다.
미디어에서 죽음은 더욱 모순적인 방식으로 다뤄진다. 현대 미디어는 죽음을 동시에 과잉 노출시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은폐한다. 폭력적 죽음의 이미지는 넘쳐나지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죽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죽음이 비가시화되면서, 죽음은 '실패'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 같은 기업들이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쏟아붓는 현실은 우리의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IM Eternal City: 죽음을 재통합하는 실험적 도시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가 있다. '18분 도시' 개념을 기반으로 한 SIM Eternal City는 죽음을 다시 일상으로 불러들이는 실험적 도시 설계를 제안한다. 이 프로젝트는 죽음과 관련된 공간과 경험을 도시 중심부에 재통합하면서도,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현대 기술과 새로운 사회적 디자인을 활용한다.

Sim Eternal City Mobility Zones: A Vision of the 18-Minute Urban Experience
현대 도시들이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죽음을 '처리해야 할 문제'로 축소하고 관련 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냈다면, SIM Eternal City는 다른 접근을 취한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필수 서비스와 경험이 18분 이내에 접근 가능하며, 여기에는 죽음 관련 시설과 경험도 포함된다.
SIM Eternal City는 변증법적 접근을 시도한다. 과거의 공동체적 죽음 경험과 현대의 의학적 접근 사이에서, 기술과 공동체 참여가 결합된 제3의 길을 모색한다.

과거의 공동체적 죽음 경험과 현대의 의학적 접근 사이에서, 기술과 공동체 참여가 결합된 제3의 길을 모색
그 결과는 흥미롭다. 18분 도시는 기본적으로 컨벤셔널 도시보다 작은 규모에서 효율적인 모빌리티와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풍요로운 삶과 변화된 가족 및 커뮤니티 성격에 맞는 생활을 디자인한다. End-of-life 케어는 더 이상 고정된 시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빌리티 기반의 서비스로 확장된다. 호스피스 케어 전문가, 심리 상담사, 의료진이 필요한 순간에 가정을 방문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장례와 추모 역시 커뮤니티나 싱글 하우스홀드를 찾아가는 서비스로 재구성된다. 이동식 추모 공간, 임시 설치가 가능한 의례 장비, 디지털-물리적 하이브리드 추모 키트 등이 개인과 공동체의 필요에 맞춰 제공된다.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죽음 문화
SIM Eternal City의 접근이 단순히 공간적 재배치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현대 기술의 활용에 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SIM Eternal Cemetery' 키오스크는 더 이상 돌로 만든 묘비석이나 모뉴먼트가 필요하지 않은 'No Stone Tombstone'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디지털 추모 공간에서는 고인의 기억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의 추모가 가능하다. 어쩌면 우리의 18분 도시 안에 존재하는 공동 묘지는 이제 이 방식을 채택하여 진짜 살아 있는 오픈 뮤지엄으로써 용도가 확장 변경되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바이오 메모리얼' 서비스다. 고인의 DNA를 결합한 맞춤형 식물이나 나무로 변환한다는 것은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Coffin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SIM Eternal City는 죽음을 부정하는 대신,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더 의미 있게 만들려고 한다. 이는 개인의 역사와 집단적 기억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기도 하다.

바이오 메모리얼 서비스 컨셉

고인의 DNA를 결합한 맞춤형 식물이나 나무로 변환한다는 것은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Coffin
죽음의 사회적 경험 복원
지금까지 사람들은 죽음을 중증 환자들이나 노인들이 맞이하는 삶의 마무리로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현재의 자연재해, 사고, 전쟁, 코비드-19 팬데믹 등은 죽음이 전 세대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경험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SIM Eternal City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죽음을 다시 삶으로 가져오는 '삶 다음(Life After)' 캠페인을 18분 도시 안의 학교, 커뮤니티 센터, 카페 등에서 진행한다.
'Death and the City, It's Future Now'라는 집단적 컨퍼런스와 페스티벌을 통해 죽음을 개인의 부담이 아닌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이러한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죽음에 대한 새로운 문화적 접근을 모색하는 장이 된다.
미래를 위한 교훈: 보이지 않는 도시의 완성
SIM Eternal City는 현재 POC(Proof of Concept)를 위한 컨셉 구현 단계에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비전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지금, 삶보다도 특히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는가?
15분 도시, 10분 도시, 그리고 현재의 컨벤셔널 도시 컨셉에서 삶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이는 마치 빙산의 일각(Tip of Iceberg)과도 같다. 눈에 보이는 삶만이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죽음이라는 경험이 전체를 이루는 더 큰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진정한 도시의 완성은 삶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때 이루어진다. 죽음을 배제한 도시 계획은 인간 경험의 절반을 부정하는 불완전한 설계일 수밖에 없다. SIM Eternal City의 실험은 우리에게 도시 발전의 대안에 죽음이라는 요소가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도 있는 형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죽음을 다시 바라볼 용기를 가질 때, 도시는 단순한 기능적 공간이 아닌 인간 경험의 총체적 장소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이 SIM Eternal City가 단순한 도시 설계를 넘어 문명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도시는 궁극적으로 더 인간적이고, 더 지속가능하며, 더 진실된 공간이 될 것이다.